카파도키아 열기구도, 블루모스크 일몰도 다 좋았어요. 근데 집에 돌아와서 자꾸 생각나는 건 이스탄불 골목 구릿빛 쟁반 위 그 황금빛 한 조각이었어요.

그랜드 바자르 골목 끝, 그 달콤한 냄새
이스탄불 그랜드 바자르를 걷다 보면 어디선가 달콤하고 진한 냄새가 코끝을 건드리는 순간이 있어요.
향신료 냄새인가 싶어 걷다 보면, 구릿빛 쟁반 위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마름모꼴 조각들이 보여요. 위에는 굵직하게 다진 초록빛 피스타치오, 그 위로 꿀 시럽이 윤기 있게 흘러내리고 있어요.
바클라바예요.
"한 조각만 사볼까" 하다가 입에 넣는 순간 — 이게 뭐지 싶을 만큼 달아요. 근데 이상하게 한 조각 더 손이 가는 그 맛이에요.
바클라바 — 오스만 제국이 남긴 달콤한 유산
튀르키예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나라예요. 수도는 앙카라지만 가장 유명한 도시는 이스탄불이에요. 오스만 제국이 무너진 뒤 1923년 새롭게 태어난 나라가 지금의 튀르키예예요. 우리에게 익숙한 터키라는 이름은 영어식 표기인데, 2022년부터 원어 발음인 튀르키예(Türkiye) 가 공식 명칭이 됐어요.
그리고 그 오스만 제국이 남긴 가장 달콤한 유산 중 하나가 바로 바클라바예요.
바클라바(Baklava)는 18세기경 오스만 제국 시기 가지안텝에서 현재의 형태로 완성됐어요.
만드는 방법이 독특해요. 밀가루와 물로만 만든 유프카(yufka) — 속이 비쳐 보일 만큼 얇게 민 반죽을 약 40겹 쌓아요. 겹겹이 쌓으면서 녹인 정제 버터를 뿌리고, 중간에 다진 피스타치오나 호두를 넣어요. 오븐에 굽고 나서 뜨거울 때 설탕 시럽을 끼얹으면 — 그 달콤하고 바삭하면서 촉촉한 조화가 완성돼요.
이스탄불 카라쾨이에는 귈뤼오울루(Güllüoğlu) 바클라바 가게가 있어요. 귈뤼 가문은 가지안텝에서 1742년부터 바클라바를 만들어온 집안인데, 그 가문의 무스타파 귈뤼가 1949년 이스탄불 카라쾨이에 처음 가게를 열었어요. 가지안텝 외 지역 최초의 바클라바 전문점이에요. 지점을 내지 않는 것이 철칙인 집으로, 튀르키예 사람들이 바클라바 맛집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이에요.
바클라바는 튀르키예를 비롯해 그리스·이집트·아제르바이잔·시리아 등 옛 오스만 제국 영향권 국가들에서도 많이 소비돼요. 여러 나라가 "우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지금 우리가 먹는 그 형태는 오스만 제국이 완성시키고 튀르키예가 계승한 맛이에요.

처음엔 너무 달아서 놀랐어요
바클라바를 처음 먹는 사람들이 꼭 하는 말이 있어요.
"이게 이렇게 달아요?"
맞아요. 현지에서 바클라바를 처음 본 한국 방송 작가는 한 입 넣고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달다고 표현했을 정도예요.
근데 이게 묘해요.
혼자 먹으면 너무 달아서 한 조각으로 충분한데, 튀르키예 차이(çay) — 설탕 없는 진한 홍차 한 모금과 함께 먹으면 딱 맞거든요.
단맛과 쓴맛이 서로를 잡아주면서 한 조각이 두 조각이 되고, 어느새 쟁반이 비어 있어요.
튀르키예 사람들이 바클라바를 항상 차이와 함께 내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바클라바의 달콤함과 차이의 쌉싸래함이 만나는 그 균형이 이 디저트의 진짜 맛이거든요.
타향에서 이 달콤함이 그리운 이유
튀르키예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 바클라바를 그리워하는 건 맛 때문만이 아니에요.
그랜드 바자르 아치형 천장 아래 반짝이는 조명들, 향신료 냄새와 섞이는 달콤한 꿀 시럽 냄새, 상인 아저씨가 무뚝뚝하게 건네는 쟁반 위 한 조각.
바클라바는 거창한 레스토랑에서 먹는 디저트가 아니에요. 시장 골목을 걷다가, 차이 한 잔 마시면서, 친구와 수다 떨면서 자연스럽게 손에 들어오는 그런 음식이에요.
그 일상의 달콤함이 타향에서 문득 생각나는 거예요.
그 달콤함을 다시 찾고 싶다면
특정 식당보다 거리를 먼저 찾아가 보세요. 이스탄불에는 아직도 그 황금빛 바클라바 감성이 살아 있는 동네들이 있거든요.
카라쾨이(Karaköy) — 이스탄불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지역 중 하나로, 고풍스러운 매력과 현대 미술, 카페 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1949년 이스탄불 최초의 바클라바 전문점으로 문을 연 귈뤼오울루 본점이 여기 있어요.
그랜드 바자르(Kapalıçarşı) — 세계 최대 규모의 유개 시장이에요.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마다 바클라바 가게들이 있고, 걷다가 냄새에 이끌려 들어가는 그 경험이 이스탄불 그 자체예요.
가지안텝(Gaziantep) — 바클라바의 본고장이에요. 이스탄불보다 훨씬 저렴하고 진짜배기 가지안텝 피스타치오 바클라바를 맛볼 수 있어요. 튀르키예 사람들도 "바클라바는 가지안텝 것이 최고"라고 말하는 도시예요.
이스티클랄 거리(İstiklal Caddesi) — 하루 평균 300만 명이 오가는 활기찬 보행자 거리예요. 거리 곳곳에 바클라바 가게들이 있고, 빨간 트램이 지나가는 풍경과 함께 먹는 바클라바는 이스탄불의 기억으로 가장 오래 남아요.
거기 가면 꼭 사와야 하는 것
공항 면세점 말고, 이걸 사오세요.
① 진공 포장 바클라바 (가지안텝 피스타치오)
이스탄불 기념품 가게보다 이집션 바자르(이집트 시장) 안 전통 상점에서 원하는 맛을 직접 골라 무게를 달아 사는 게 훨씬 맛있어요. 사올 때 진공 포장을 꼭 요청하세요. 비행기 타고 한국까지 가져와도 2주까지 보관 가능하거든요. 포장된 기성품보다는 이집션 바자르 같은 전통 시장에서 원하는 맛을 직접 골라 무게를 달아 사는 걸 추천해요.
그리고 요즘 현지인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게 있어요. 차갑게 얼린 우유와 함께 먹는 소욱 바클라바(soğuk baklava)인데, 일반 바클
라바보다 단맛이 적고 촉촉해서 달콤한 게 부담스러웠던 분들도 좋아하더라고요.
② 차이 세트 (튤립 유리잔 포함)
튀르키예 현지인들의 하루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차이와 커피도 빼놓을 수 없어요. 현지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항상 잘록한 튤립 모양의 유리잔에 차를 내어주는데, 아래가 넓고 위가 좁아 차가 쉽게 식지 않도록 도와주는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 있어요. 그랜드 바자르 안쪽 골목 상점에서 사면 관광지 기념품 가게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어요. 집에서 차이 한 잔 마실 때마다 이스탄불 골목이 생각나요.
③ 나자르 본주 (악마의 눈 부적)
파란색 유리 안에 눈동자가 그려진 이 독특한 문양은 나자르 본주라고 불리는 전통 부적이에요. 나쁜 기운을 쫓아내고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의미가 있어서 현지인들의 집 문 앞이나 자동차, 아기 요람 등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어요. 열쇠고리·마그넷·팔찌 등 다양한 형태로 살 수 있고 가격도 부담 없어서 주변 지인 선물로 딱이에요.
"피스타치오에 함유된 항산화 물질과 건강한 지방산은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꿀의 천연 당은 정제당보다 체내 흡수가 느려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 튀르키예 식품영양연구소 참고
바클라바는 달콤한 디저트이지만 피스타치오·호두 같은 견과류가 듬뿍 들어가서 건강한 지방과 단백질도 함께 챙겨지는 음식이에요.
물론 꿀 시럽이 많이 들어가서 열량은 높은 편이에요. 차이 한 잔과 함께 한두 조각만 즐기는 게 현지 스타일이에요 😊
집에서도 그 골목을 — 바클라바 즐기는 법
방법 특징
| 완제품 구매 | 국내 튀르키예 식품 전문점·온라인 구매 가능 |
| 필로 도우로 직접 만들기 | 시간 필요하지만 현지 느낌 가장 가까움 |
| 바클라바 키트 | 재료 세트로 집에서 도전 가능 |
집에서 먹는 핵심 팁
바클라바는 실온에서 먹어야 해요. 냉장 보관하면 시럽이 굳어서 바삭한 식감이 사라지거든요.
그리고 꼭 차이와 함께 드세요. 설탕 없는 진한 홍차나 얼그레이로 대체해도 돼요. 그 조합이 이스탄불 그랜드 바자르를 거실로 불러와요 😊

자주 묻는 질문 (FAQ)
Q. 이스탄불 현지에서 바클라바 얼마예요? 카라쾨이 귈뤼오울루 같은 유명 가게에서 차와 함께 나오는 4조각 세트가 약 7,758원이에요. (2026년 기준) 일반 바자르 가게에서는 조각당 1,500~3,000원 수준이에요. 바클라바의 본고장 가지안텝에서는 더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요. 한국에서 완제품 바클라바는 온라인에서 200g 기준 1~2만원대에 구할 수 있어요.
Q. 바클라바가 너무 달아서 못 먹겠어요. 튀르키예 사람들도 바클라바를 반드시 차이(홍차)와 함께 먹어요. 설탕 없는 진한 홍차 한 모금과 번갈아 먹으면 단맛이 훨씬 부드럽게 느껴지거든요. 처음엔 너무 달다고 느끼다가 이 조합을 알게 되면 한 조각 더 손이 가요
Q. 피스타치오 바클라바랑 호두 바클라바 중 뭐가 더 좋아요? 현지에서는 피스타치오 바클라바가 더 고급으로 여겨져요. 특히 가지안텝 피스타치오로 만든 것이 최고로 꼽혀요. 호두 바클라바는 더 고소하고 진한 맛이 나서 취향에 따라 달라요. 처음이라면 피스타치오부터 시작해보세요.
Q. 바클라바 보관은 어떻게 하나요? 실온에서 1~2주 보관 가능해요. 냉장 보관하면 시럽이 굳어서 바삭한 식감이 떨어지거든요. 밀폐 용기에 담아 서늘한 곳에 두는 게 가장 좋아요. 습기에 약하니 냉장고는 되도록 피하세요.

그 황금빛 조각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이스탄불을 떠난 뒤로 달콤한 게 당기는 날이면 괜히 그 그랜드 바자르 골목이 생각나더라고요.
구릿빛 쟁반 위 황금빛 조각들, 차이 한 모금과 번갈아 먹던 그 균형, 그리고 아치형 천장 아래 흔들리던 랜턴 불빛.
바클라바가 그리운 게 아니에요. 그 골목이, 그 냄새가, 그 황혼이 그리운 거예요.
고향은, 결국 가장 달콤한 기억으로 남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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